컬쳐
‘에덴의 동쪽’·‘닥터 X’ 흥행 뒤 숨은 연결고리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에서 한국 드라마와 미국 드라마가 나란히 주목받고 있다. 한국 드라마 ‘닥터 X: 하얀 마피아의 시대’와 미국 드라마 ‘에덴의 동쪽’이 각각 비영어권과 영어권 TV쇼 부문에서 높은 시청 성적을 거두면서다. 서로 다른 언어와 제작 환경에서 탄생한 두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제작사인 한국 스튜디오드래곤과 미국 피프스 시즌이 모두 CJ ENM 계열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21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두 작품의 성과는 CJ ENM이 추진해 온 글로벌 콘텐츠 제작 전략과 맞물려 있다. 한국에서 쌓은 기획·제작 역량과 미국 현지의 창작·유통 네트워크를 연결해 국가와 언어의 경계를 넘는 콘텐츠를 선보이려는 구상이다. 한국 작품을 해외에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제작 환경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미국 드라마 ‘에덴의 동쪽’은 지난 1일 공개된 뒤 첫 주 650만 시청 수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영어 TV쇼 부문 1위에 올랐다. 이후에도 상위권을 유지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어갔다. 한국 드라마 ‘닥터 X: 하얀 마피아의 시대’는 지난 9일 공개된 뒤 사흘 만에 460만 시청 수를 기록했고, 비영어 TV쇼 부문 정상에 진입했다. 넷플릭스의 10월 5~11일 주간 집계에서도 ‘닥터 X’는 비영어 TV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성과의 한 축에는 스튜디오드래곤이 있다. 설립 10년째를 맞은 스튜디오드래곤은 기획개발부터 제작, 유통까지 콘텐츠 제작 과정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며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 왔다. 지금까지 축적한 300여 편의 지식재산권(IP)은 새로운 작품을 기획하고 해외 시장으로 확장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미스터 션샤인’, ‘사랑의 불시착’, ‘눈물의 여왕’ 등 다양한 작품을 제작한 스튜디오드래곤은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여러 작품이 세계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한국 드라마의 제작 역량을 알렸고, 이러한 경험은 해외 제작 환경에 맞춰 콘텐츠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이어졌다.
국내 IP를 해외 시장에 맞게 재해석한 사례도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해 한국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일본판으로 선보였다. 국내에서 확보한 이야기와 인물을 바탕으로 일본의 제작 환경과 시청자 취향을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원작의 핵심을 유지하면서 현지 시장에 맞게 작품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해외 시청자와의 접점을 넓혔다.
반대로 해외에서 인기를 얻은 콘텐츠를 한국 시장에 맞게 다시 만드는 전략도 추진했다. ‘닥터 X: 하얀 마피아의 시대’는 일본 메디컬 드라마 ‘닥터 X: 외과의 다이몬 미치코’를 원작으로 한다. 일본에서 인기를 얻은 작품의 기본 설정을 토대로 한국 드라마의 전개 방식과 제작 특성을 더해 국내 시청자에게 선보였다. 해외 IP를 단순히 수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시장에 맞는 콘텐츠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CJ ENM이 인수한 피프스 시즌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CJ ENM은 2022년 약 9300억원을 투자해 피프스 시즌을 인수했다. 할리우드의 창작자 및 제작사와 협력하고 현지 유통망을 확보해 글로벌 콘텐츠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였다. 미국의 제작 환경과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피프스 시즌은 ‘에덴의 동쪽’ 외에도 여러 작품을 통해 글로벌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그의 이야기&그녀의 이야기’ 등이 넷플릭스에서 주목받았으며, 벤 애플렉이 주연을 맡은 영화 ‘짐승들’ 역시 피프스 시즌이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다. 영화와 드라마를 아우르는 제작 경험을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세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CJ ENM이 추진하는 방향은 한국과 미국의 제작 역량을 하나의 체계 안에서 연결하는 것이다. 한국 스튜디오가 보유한 기획력과 이야기 개발 역량에 미국의 제작·유통 네트워크를 결합하면 각 시장에 맞는 콘텐츠를 보다 폭넓게 선보일 수 있다는 구상이다. 서로 다른 국가의 제작사가 각자의 강점을 활용하면서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를 함께 개발하는 방식이다.

회사 관계자는 피프스 시즌과 스튜디오드래곤 등 계열 스튜디오의 제작 역량을 연결해 ‘글로벌 멀티스튜디오’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의 기획력과 미국의 제작·유통 역량을 결합해 기존 K드라마의 틀을 넘어서는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설명이다.
두 작품의 흥행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제작사의 국적뿐 아니라 기획과 제작, 유통 역량을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CJ ENM이 서로 다른 제작 환경에서 축적한 경험을 활용해 세계 시장을 겨냥한 작품을 얼마나 꾸준히 선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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