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억대 연봉 흔해졌는데 과표는 18년째 그대로
월급은 올랐지만 체감 소득은 그대로인데, 세금만 더 늘어나는 구조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앞두고 내년 근로소득세 수입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다.14일 재정경제부의 내년도 국세수입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근로소득세로 102조4446억원을 걷을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전망치 73조2482억원보다 약 40% 늘어난 수치다. 대기업 성과급 확대 등이 세수 증가의 직접 요인으로 꼽히지만, 근본적으로는 오래된 소득세 과세 체계가 직장인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브래킷 크리프’, 즉 물가 상승에 따른 자동 증세다. 임금이 물가를 따라 명목상 오르면 실제 구매력은 크게 나아지지 않아도 과세표준은 높아진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가 더 높은 세율 구간으로 밀려 올라가 세금을 더 내게 된다.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세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현재 소득세는 과세표준에 따라 6~45% 세율을 적용한다. 그런데 35% 세율이 시작되는 8800만원 초과 구간은 2008년 이후 사실상 그대로다. 같은 기간 임금과 물가는 크게 올랐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원화 기준으로 2008년 2542만원 수준에서 올해 5000만원대까지 높아졌고, 달러 기준으로는 4만달러 돌파가 유력하다.
연봉 1억원을 넘는 직장인도 더 이상 예외적인 집단이 아니다. 2024년 총급여 1억원 초과 근로자는 154만5725명으로 집계됐다. 10년 전보다 약 3배, 2009년과 비교하면 8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과세 대상자 중 비중도 1.4%에서 7.3%로 상승했다. 소득 수준은 달라졌지만 세금 기준선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기본공제 역시 문제로 거론된다. 소득세 기본공제는 2009년 150만원으로 정해진 뒤 17년째 바뀌지 않았다. 물가가 오른 만큼 공제의 실질 효과는 줄었고, 결과적으로 과세 대상 소득은 더 커졌다.

전문가들은 과세표준과 공제액을 물가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매년 자동 연동이 어렵다면 최소 3~5년마다 정기적으로 손보는 장치라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물가가 오른 만큼 세제 기준도 움직여야 ‘명목소득 증가’가 ‘실질 증세’로 이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신중론도 있다. 고령화로 복지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소득세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과표 조정이 필요하더라도 공제 정비, 세원 확대, 재정 수요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쟁점은 단순히 세금을 덜 걷느냐 더 걷느냐가 아니다.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에 맞는 소득세 기준을 새로 짤 것인지, 아니면 과거 기준을 유지한 채 직장인에게 늘어난 부담을 떠넘길 것인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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