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월드
오바마, 시카고서 트럼프 이민 정책 정면 비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18일 시카고 남부에서 열린 오바마 대통령 센터 개관식에 참석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역설하며 현 행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실명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연설의 상당 부분을 제왕적 통치 스타일과 배타적 이민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채우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자신의 임기 중 치적을 기념하기 위해 세우는 전통적인 기념관의 개관 행사가 현직 대통령을 향한 성토의 장으로 변모한 셈이다.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의 건국 이념이 왕이나 군주가 없는 평등 국가에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최근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노 킹스(No Kings)' 시위의 정신을 계승한 발언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무소불위로 휘두르는 현 정권의 행보를 '군주제'에 비유해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민주주의가 결코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시민들의 끊임없는 감시와 참여를 통해서만 지켜질 수 있는 귀중한 유산임을 역설했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네소타주 주민들이 보여준 반이민 정책 투쟁에 깊은 찬사를 보냈다. 영하의 혹한 속에서도 이웃의 불의에 맞서 거리로 나온 시민들을 향해 '진정한 민주 시민의 표상'이라며 치켜세웠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봉쇄 정책을 간접적으로 비난함과 동시에, 인종과 국적을 초월한 연대만이 미국의 이상주의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행사에는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조 바이든 등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 내외가 모두 참석해 오바마 센터의 출발을 축하했다. 하지만 현직인 트럼프 대통령은 초대 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져 전·현직 간의 깊은 골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무대 위에 나란히 앉은 전직 정상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연설에 박수를 보내며, 현재 미국 정치가 직면한 분열과 갈등의 시대에 전직 대통령들이 가져야 할 도덕적 책무에 뜻을 같이했다.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 역시 연설자로 나서 남편의 낙관주의와 용기를 칭찬하며 힘을 보탰다. 시카고 남부 출신인 미셸 여사는 인종차별적 시각을 경계하며, 누구도 타인의 미국인 자격을 심판할 권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23세의 나이에 지역사회 활동가로 첫발을 내디뎠던 시카고에서의 초년 시절을 회상할 때는 객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부부는 센터가 단순한 기념관을 넘어 미래 세대를 교육하는 민주주의의 산실이 되길 희망했다.
19일부터 일반 공개를 시작하는 오바마 대통령 센터는 박물관과 교육 시설, 공공 프로그램 공간을 갖춘 대규모 복합 단지로 운영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곳이 시민들이 민주주의의 진리를 깨닫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하며 연설을 마쳤다. 시카고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이 센터는 개관과 동시에 현 정권에 대항하는 자유주의 진영의 상징적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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